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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아이

날씨가 매섭다.
주말내내 집에만 있다가 따분해 하는 아이들과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7살 형은 이제 두발자전거를 끄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이제 막 6살이 된 동생에게, 너도 곧 두발자전거를 탈 수 있을거라고 말한다.

“아빠, 나는 두발자전거 한번에 잘탔지? 도완이도 나처럼 할 수 있을거야 그지?”
응?
얼마나 바닥에 넘어졌는지,
온갖 보호기구를 다 끼고, 널 잡아주려고 30분을 뛰어다녔던 아빠의 모습을 잊었니?
이제 7살이 된 첫째는 불과 얼마전에 고생했던 순간들도 기억속에서 흐려버렸나보다.

나는 니가 3발자전거 뒤에서 밀어주던 순간도, 보조바퀴를 달고 패달을 밟으며 마치 다 컸다는듯 웃음짓던 모습도, 동네 형들이 부러워 브레이크를 잡을 수도 없는 작은 손으로 두발 자전거를 타려고 허우적대는 모습도, 하나도 빠짐없이 다 기억이 나.
그래, 불과 얼마전에 스스로 두발 자전거를 타며 환희에 찬 표정을 보였던것 같은데,
그것도 이제 다 지나간 순간 들이구나.

추운겨울날 아파트 공터에서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자전거는 인생을 닮았다.
마치 언제 그랬냐는듯, 지나고 나면 자연스러워 지고 당연해지나보다.
생각해보니 고생했던 지난날은 자그마한 추억으로만 남아있다.
그리고 또, 앞만보면서 달려가겠지.
두발자전거를 타고 더 빨리 달리려고 했던 너처럼.
지나고나면, 가지고 나면, 당연해지겠지. 지금까지 그랬던 것 처럼.

형은 승부욕이 강하다.
벌써부터 경쟁에 익숙하다.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고, 칭찬받기 위해서 스스로 스트레스를 감내한다.
그런 성격 때문인지 뭐든지 한발 빠르게 느껴진다.
“이기고 지는건 절대 중요한게 아니야.”
수십번도 더 해주는말이다.
경쟁에서 이기는 기쁨보다 그냥 삶 자체에 기쁨을 느끼는 아이였으면 좋겠다.

동생은 마냥 해맑다.
그래서 형 옆에 있으면 늘 어린아이같다.
그래서 형 옆에 있으면 늘 한걸음 더 느려보인다.
그래도 너는 가벼워서 좋다.
다른 사람 눈치를 덜보고 스스로 사랑받고 있는 아이란걸 아는게 좋다.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길을 오르는 둘째가 힘겨워 보여 등을 손으로 밀었다.
“아빠 밀지마”
“왜? 힘들어보여서 도와주려고 그런건데”
“아빠가 지금도와주면 6살이어도 계속 오르막길을 못오를꺼야”
늘 어리게만 느껴졌던 둘째의 말에 한동안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랬구나,
내 시선에서만 늘 니가 아기였구나.
너는 어느덧 정말 6살이 되었구나, 불과 얼마전에 니 형이 그랬던 것 처럼.

결국 둘째는 혼자힘으로 오르막길을 올랐다.
그는 오늘 혼자힘으로 인생의 한발걸음을 더 뗀듯하다.
그리고 이제 곧 지금이 당연해질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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